우뢰매는 재밌었다.
어릴 때 우뢰매라는 영화가 있었다. 당시 최고 개그맨인 ‘심형래’가 주연을 한 전형적인 히어로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달은 흥행으로 영화시리즈로 7편, 이후 비디오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특히 어린이팬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스토리다. 주인공인 심형래는(극중 에스퍼맨)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산다.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지만 평소에는 모자란(?) 인물로 지낸다. 아무도 그가 영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필요한 시점에만 에스퍼맨으로 변신해서 적을 무찌른다. 그리고 승리한다. 물론 고난과 역경이 있지만 말이다. 전형적인 영웅이야기다. 어린이가 좋아할만한 권선징악 영화다.
우뢰매
김청기 감독의 특촬물 . 정식 제목은 '외계에서 온 우뢰매 '. 우뢰맨과는 다르다. 초인기 메탈더 의 해적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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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많이 좋아했다. 여건이 되지 않았지만, 영화관에서 몇번 본 기억이 난다. 여유가 많지 않음에도 유난히 응석부렸나 싶다. 아빠 손을 잡고 작은 극장에 들어간 기억이 난다. 시간이 가는지 모르고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아버지가 상영관으로 들어오는게 이해되지 않았다. 영화관은 같이 갔지만 나만 표를 끊고, 아버지는 끊지 않았다. 나는 안타까웠다.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보지 않다니" 외로이 상영관에 있는 내 모습이 어색했고, 이 재밌는 영화를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치기도 있었다. 같이 보자고 졸랐다. 결국 한번 정도는 같이 상영관에 들어갔다.
아버지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어른 입장에서 보기에 적절치 않은 영화다. 스토리도 뻔하고 유치했다. 재밌다는 건 어린이에게 한정된 평가였다. 즉, 돈과 시간의 낭비였다. 한번 옆자리에 앉아서 코골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제 나도 잠들어 고개를 떨굴 것이다. 개연성 없는 줄거리, 표현(감정, CG 등)의 허접함, 배우들의 과도한 앳됨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상 선이 승리할 수 없음을 알고 있고, 애초에 선악 구분이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 서툰 스토리 표현 방식과 단편적인 배우들의 감정 표현에 만족하기에 많은 감정을 경험했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이 지구를 지키는 대업을 맡기에 너무 미성숙해 보인다. (우리 심형래 아저씨 어렸었구나.....)
그래도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여러가지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지껏 기억한다라는 사실은 내 어린 시절에 좋은 경험이었음을 반증한다. 다시 돌아간다해도 별게 있었을까? 나는 우레매에 열광하고, 이 재밌는 영화를 안보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