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했다.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10시 넘어서 퇴근했다. 장장 12시간, 점심시간을 빼면 11시간이다. 짧은 시간이 아니다. 체력은 진작에 소진했다. 카페인의 일시적 각성효과로 버텼다. 간신히 일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를 탄다.
지쳤다. 체력적인 측면에서만 지친게 아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싸늘한 가을 밤이다. 어두컴컴하다. 나 밖에 안 느껴진다. 동시에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갔구나~"하는 허무감이 밀려온다. 허탈함이 온다. 소중한 삶의 의미를 새삼스레 잃어버린다. 사는 낙이 사라진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다. 집은 어느때보다도 훵하다.
덕분에 조그만한 일상도 소중히 여기게 된다. 내가 일찍 퇴근해서 특별히 집에서 무엇을 하는게 아니다. 가만히 있거나 작은 취미생활을 한다. 그 때도 시간이 빨리 감을 느낀다. 그리고 체력적으로 지쳐서 언제인지 모르게 잠이 든다. 하지만 야근하고 돌아올 때의 마음과 같지 않다. 즉, 허탈함은 느끼지 않는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더라도 그 시간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허용되지 않는 삶은 불행할 것이다. 내가 간간히 겪는 삶을 매일 겪어야 한다면 말이다. 주말, 연휴 구분없이 지속된다면 사람이 얼마나 지치게 될까? 이런 삶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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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잠 한숨 못자고 하루 420개”…숨진 택배기사의 문자
[앵커] 하루 4백여 개의 물품을 배송하고 퇴근해서도, 잠 한숨 못자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 일상, 아무리 젊다한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최근 숨진 30대 택배 기사가 감당해야 했던 업무 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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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의 주인공은 택배기사이다. 그는 어느날 출근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의 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택배업체는 원래 가지고 있던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노동조합은 과도한 노동으로 죽음에 내몰렸다고 주장한다.
유가족과 주변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매일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 새벽부터 그 다음날 새벽까지 근무를 해야 했다. 배달 작업부터 그 다음날 물품 분류작업까지 말이다. 하루에 약 4백여개의 물품을 배달했다고 한다. (물품 400개는 1인이 처리하기에 과도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업무때문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했을 것이다. 제대로 쉬지 못하면 신체적으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내가 느낀 허무함, 허탈감 등을 훨씬 더 강하게 느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겹쳤을 거다. 즉,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하는 마음이다. 더욱이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 많은 부담이 몰려올 것이다.
뜬금없이 누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왜 그런 직업을 왜 선택했냐? 그만 두지 그랬냐? 하고 말이다. 비슷한 말로 "열심히 노력하고 살았으면 그런 힘든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위 니가 노력을 안한거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관점의 차이이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무엇이 맞지 틀린지, 아니 무엇이 더 적절한지 이야기하면 이 글은 끝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기본적인 삶은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일을 안하거나 나태하게 하면 그 만큼 보상을 못받는게 당연하다. 절대 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몸과 시간을 투자해서 일정수준으로 일을 한다면 그에 따른 최소한의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의 보상이란 삶을 풍요롭게 하거나, 아니면 미래엔 풍요로울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래야 몸과 마음 둘 중에 하나는 지쳐도, 둘 다 지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의 과거와는 분리해야 한다. 즉, 이전에 열심히 살건 아니건, 노력을 했건 안했건, 이 사건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주면 안된다. 순전히 지금 했던 일과 그에 따른 보상과 복지가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진상이 명확히 파악되기를 바란다. 유가족과 조합의 말대로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죽음인지, 평소 지병에 따른 죽음인지 원인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확인결과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일은 다시 반복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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