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장은 1인 1음료에 2시간 이용 가능합니다.”
최근 일부 카공족에 대해 카페 점주들이 취하고 잇는 조치 중 하나다. 카공족은 "카페 공부족"의 줄임말이다. 그들은 도서관이 아닌 카페에서 공부한다. 흔히 책과 노트북을 가지고 이른 시간에 카페에 입성하여 한자리를 차지하고 공부한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한지라, 카페에서 공부하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화이트 노이즈라는 게 공부환경에 더 적합하다 하니 그들의 선택이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덕분에 학생들은 성적이 향상되고, 카페는 실적을 올리는 상부상조 효과가 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문제는 그들 중 일부가 카페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피해라는 건 금전적인 피해를 의미한다.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카페는 금전적인 피해를 입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몇몇의 사례는 수많은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커피 한잔 시켜 놓고 9시간 점령", “충전기란 충전기는 다 가져와 콘센트에 꽂으면서 휴대전화·노트북·보조배터리·면도기·전동칫솔 등 전자제품을 죄다 충전하더라”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물론 인간은 과장하여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으니 자극적인 기사 내용들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슷한 내용을 기사를 보건대 아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주변을 보아도 실제로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것 같다. 이에 대응하는 여론도 생기고 있고, 이제는 카페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대응하는 모양새다. 그 중 하나가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커피 한잔의 손익분기점은?
2019년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41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의 손익분기점은 1시간42분이라고 한다.
이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의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8개 테이블, 테이크아웃 비율 29%, 하루 12시간 영업하는 매장이라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즉, 음료 한 잔을 시킨 뒤 약 2시간 이상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카페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한다.
이런 논란 속에서 아래 기사와 같은 사건이 터졌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1940691
어르신에 나가라며 쪽지 준 카페 논란...빌리엔젤 측 "피해자께 사과"
매장을 오래 이용한 어르신 손님에게 "젊은 고객이 안 온다"며 퇴장을 요구한 카페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빌리엔젤 측이 이를 파악하고 사과에 나섰다. 26일 빌리엔젤 측은 공식 SNS를 통해
n.news.naver.com
위 기사내용을 요약하자면 한 노인이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주문하고, 장시간(약 7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자 카페에서 그 노인에 지적하고 퇴실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퇴실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쪽지를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쪽지에 '노인 차별 논란'이 발생할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손님 가려 받지 마라? 넌 안 늙을 것 같냐?
현재 그 카페는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당신(노인)이 오랜시간 앉아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주변에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가줬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을 담은 포스트잇은 남녀노소 분노를 일으키고 잇다. 노인은 누군가의 부모이고, 우리 모두 노인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노인 차별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노인 차별 논란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점이다. 핵심은 노인이 카페에 명백한 피해를 끼쳤고, 이런 행태는 개선해야할 행동이라는 점이다. 물론 카페는 잘못했다. 노인을 평등하게 대하지 못했다. 적어도 평등하게 대하지 못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일차적인 원인은 카페가 피해를 입었다.
(기사대로 라면) 노인은 커피 한잔을 시키고 7시간을 카페에 있었다. 위에 언급된 대로 약 2시간 이후에는 카페에 손해가 발생하다면 노인은 과도하게 카페에 폐를 끼친 셈이 된다. 자선사업이 아닌 카페는 분명히 이사실에 대해서 노인에게 이야기 하고 충분히 퇴실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요한 부분은 상당 부분 누락되었고, 잊혀졌다. 단순히 노인을 비하했다는 내용만 남았다. 카페도 잘못했지만 표현의 잘못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일종의 '처세'의 문제이다. 고객님 응대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만 잘못했다. 즉, 나이, 성별, 인종, 이념 및 사상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가 잘못된 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한, 관리 소홀의 책임이다. 그들은 좀 더 부드러운 언어로, 간접적인 언어로도 메세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상대방이 명백히 잘못했을 때 더 조심해야......
상대가 '명백히' 잘못했을 때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순간적인 도덕적, 법적인 우월감에 빠져 감정에 치우쳐 대응하면 오히려 나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다. 그 치부는 그들의 잘못을 희석할 수 있다. 그들에게 가야할 일방적인 비난과 처벌이 나에게도 일부 올 수 있다. 정작 경험하면 이보다도 더 억울한 상황이 어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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